앞으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십팔기의 종목들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예도보통지에는 총 24가지 항목이 있지만 마상쌍검은 쌍검과 함께 설명할 생각이고
종목에 따라 내용이 적은 것은 한번에 설명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24번 글을 쓰진 않을 것 같군요 ㅎㅎ
또한 제 개인사정상 정기적으로 쓰진 못 할 것 같네요(일단 내용에 대해 공부를 하고 써야 하니... ㅡㅡ;;)
앞으로 쓸 글들은 "박청정주해, <무예도보통지주해>, 동문선" 을 주로 참조할 것입니다.
여튼 그 첫번째 순서로 권법입니다.

무예도보통지의 순서라면 권법은 권4에나 나옵니다.
무예도보통지는 무예의 성격에 따라 순서를 나누었기 때문인데요.
찌르는 무기(刺), 찍어베는 무기(), 치는 무기(擊)의 순서에 따라 편찬했고
권법은 치는 무예로 분류되어 치는 무예의 첫번째로 나옵니다.

하지만 권법은 무예의 기본이고, 또한 아무래도 다른 병장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기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예도보통지는 전에 무예도보통지에 대해 설명한 글에서 말한 것 처럼
척계광의 <기효신서>와 모원의의 <무비지>를 주로 참조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무예도보통지에서도 그 두 책에서 몇마디 인용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척계광은 <기효신서>에서
"권법은 전쟁의 기예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수족을 활발히 움직이게 하고 지체를 부지런히 하니 처음 배우는 자들이 무예에 들어가는 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모원의는 <무비지>에서
"점획을 분별하여 알고 난 이후에 팔법을 가르칠 수 있고, 안장에 의거하여 지내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 말 타고 달리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하였으니 권법도 이와 같다고 말하겠다"고 하여 두 책에서 모두 권법은 무예를 하는데에 있어서 기본이 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면 권법은 전쟁에서 바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척계광의 이 말을 모원의도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이런 말들을 서두에 쓰고 있는 것은 권법이 전쟁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잊지말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무예라고 하면 권법은 기본이고 병장기를 꼭 익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권법"이란 무엇인가 논설을 하고 있습니다.
옛 서적에서 권拳이라는 글자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그리고 권법이라는 뜻으로 쓰인 글자가 무엇이 있었는지 말해주는데요.
<좌전>에 "진나라 군주가 꿈에서 초나라 군주와 치고 받았다(博)" 하여 박이라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 박博이 곧 권박拳搏이다.
또한 어느 책에서는 변卞이라고도 쓴다. 뭐 이런 식인거죠.
곧 수박이란 권법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당송이래 권법의 역사에 대해 서술합니다.
권법의 기술에는 외가와 내가가 있는데 외가는 소림이 유명하고 내가는 무당의 장송계가 정통이다. 뭐 이런 내용이죠.
이 내용은 "조민욱 저,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하다>, 황금가지" 에 보면 내가권 편이 있는데요. 더 살을 붙여서 재미나게 적어놓으셨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외가계열인 소림보다는 내가 쪽을 좀 더 처주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좀 인용하면
"내가의 술이 상대를 칠 때에는 반드시 그 혈을 치는데 혈에는 훈혈, 아혈, 사혈이 있으며 그 혈에 상응하여서 경중으로 치면 혹 죽기도 하고 혹은 기절하기도 하며 혹은 벙어리가 되기도 하는데 호발만큼도 어긋남이 없다"
혈을 치면 벙어리가 되기도 한다라...마치 무협지의 내용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이 다음에는 내가권의 수련법 중 근본이 되는 육로권과 십단금의 가결을 적고 뒤에 그에 대해 해설을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이 가결이라는 것도 무협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가결은 歌訣인데 즉 노래로된 비결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떠한 동작에 대한 힌트들을 노래로 하여 기억하기 쉽고 동작연습에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죠.
무협지에서는 이 가결을 얻기 위해 피바람이 일어나기도 하죠. ㅎㅎ
무예를 전달함에 있어서 책이나 이런 도구의 도움이 없었을 때, 이런 방법을 이용했던 것이죠.
우리도 영어단어 외울때 말을 하면서 하면 더 잘외워지지 않습니까?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

그 다음에는 무예도보통지에 기록한 도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즉 척계광의 책과 모원의의 책에는) 두사람이 마주보고 세를 취하고 있어 공격과 방어의 의미를 더하고 있었는데, 지금은(무예도보통지에는) 투로의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하고 마지막에 서로 얽혀서 씨름하는 것은 거의 유희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행해진지 오래되어 구보로 남겨두었다고 말하고, 그 중 소실된 10가지 세를 증보하여 결을 더하여 기록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잃어버린 10세라는 것은 이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은 흔히 말하는 송태조장권32세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예제보번역속집에서 2가지 세를 제외한 나머지 세를 이미 얻었었지만 무예도보통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즉 권법보가 변형되면서 10가지가 사라졌기에 다시 가결의 형태로 적어놓았다는 것입니다.

기효신서에도 무예도보통지의 증10세는 빠진 22세만 나와있습니다. 무비지에서는 32세가 모두 나타나고 있고요.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은 22세와 + 오화전신세, 그리고 증10세 하여 엄밀하게 총 33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기효신서와 무비지는 한페이지에 두사람이 마주보고 세를 취하고 있는 그림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예도보통지는 세를 연결해놓은 투로의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마지막에는 두사람이 서로 씨름을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은 현대에 와서는 몇몇 단체에서 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동작에 대한 해석차이로 인하여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해석 중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2008/06/05 - [무예/십팔기] - 십팔기 중 권법 영상 
다음의 영상은 십팔기보존회 회원의 권법 시연영상입니다.
무예도보통지에는 위에서 말씀드렸다 시피 혼자서 연습하다가 두명이 대련하는 형태로 나와있지만 그 것을 잃어버린 10세를 더하여 혼자 연습하는 투로로 변형한 것입니다. 

무예도보통지의 저자들은 투로로 변형되면서 그 공격과 방어의 의미를 많이 상실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투로의 형태로 연습을 하는 것은 대련에 비하면 공격과 방어의 의미가 작을 수 있습니다. 대련을 하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예의 동작에는 어떠한 것이나 공격과 방어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법입니다.
십팔기든 아니든 어떠한 무예를 수련하시는 분이라도 투로를 연습할 때는 한동작한동작 그 의미를 되새겨가며 연습하시길 바랍니다.^^(물론 저부터 연습열심히 하겠습니다..;;;;;ㅎㅎ)
EBS 다큐프라임 영상무예도보통지 2부 를 보던 중
중국의 먼훼이펑 북경 체육대학 명예교수가 십팔기의 공연영상을 보며
"이것은 척가권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다큐멘터리 화면에서는 먼훼이펑 교수가 어떤 영상을 보고 그 말을 하고 있고
그 영상은 따로 띄워서 보여주고 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영상이 먼훼이펑 교수가 본 영상이라고 하고)
근데 그 영상은 무예도보통지의 권법 영상이 아니었다.
그 권법은 맹호권이라고 하여,
해범 선생님의 문중에서 하던 권법이다.

그렇다면 먼훼이펑 교수가 틀린 것일까?
한국에서 무예도보통지의 무예를 시연하는 것이라 하고 보여주니
척계광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척계광의 기효신서의 권법스타일과 닮아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조선시대 무예제보번역속집 이래 척계광의 권법을 받아들였던 것이 꾸준히 전해져서 해범선생님의 문중에서도 그 영향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해범선생님께 십팔기를 전했다고 하시는 오공선생님의 영향으로 해범선생님의 무예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해범선생님의 무예가 조선시대이래로 전승된 십팔기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먼훼이펑 교수의 "이것은 척가권입니다."  이라는 말을 듣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는데.
이건 척가권입니다.
라는 단정적인 표현. 이것은 무예도보통지의 무예가 결국 중국의 기효신서를
옮긴것이고 중국의 무예라고 하는 생각이
먼훼이펑교수의 기저에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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